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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을 함께 이야기하는 경험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③ 도시를 ‘관찰’로 감각하기

민정유령 X 리고(무아레 서점지기)

[건축을 함께 이야기하는 경험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무아레 서점에서 진행하는 “도시를 어떻게 감각할 수 있을까?” 프로그램을 통해 도시를 ‘걷고’, ‘수집하고’, ‘관찰하고’, 그곳에서 ‘길을 찾아’봅니다. 이렇게 물리적 공간에서 건축을 함께 경험하고 이야기합니다. 각자의 렌즈를 투과한 도시는 필연적으로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서로 다른 이야기들이 공동의 장에 모이면서 우리는 어떤 순간을 만들어내고 있을까요?

무아레 서점에서 <도시를 ‘관찰’로 감각하기> 프로그램으로 장안평고미술상가를 답사한다고 할 때에는 나의 경계 바깥을 탐험해 보자, 라는 생각이었다. 옛것보다 현대의 것, 현대라는 시간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고미술 상가로 가는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으니, 건물 앞에서 리고님이 기다리고 계셨다. 그때부터 나는 조금씩 신나기 시작했는데, 이미 예상되는 신남보다는 ‘잘은 모르지만 어떨까’, 라는 궁금증에서 오는 신남이었던 것 같다. 리고님의 모습이 모험의 전조처럼 여겨졌다.

1층에서 이다작가님의 관찰 일기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 우리가 지금 무엇을 할지에 대해서. 관찰 일기는 하나의 질문을 중심으로 그림을 그리고 생각을 쓰게 된다. “오늘 바깥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라는 질문. 외부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 나와 상관없는 일이지, 라고 치부하는 것이 아닌, 좀 더 적극적인 마음을 가지게 되는 질문이었다. 또, “그림은 어디까지나 관찰하기 위한 수단”이며 “그림을 못 그려도 괜찮다”라고 명시한 가이드라인을 나눠주셨다. 그 가이드라인은 관찰 일기를 처음 해보는 입장에서 진입장벽이 없게 용기를 불어넣었다.

그렇게 관찰 시간이 시작됐다. 고미술 상가 건물 2층에 입장하게 되면 갤러리 공간들이 있고, 복도에는 여러 물품이 쌓여있다. 모든 게 완벽히 구획되고 배치된 장면들보다, 이렇게 옛것들이 쌓여있는 광경들이 더 정감이 가는 건 왜일까? 아파트에 살면서 내 집과 네 집이 완벽히 구분되어 사는 데 익숙해서 인 것 같다. 요새는 복도식 아파트가 줄어들고 계단식 아파트가 많이 생기기도 했고 말이다. 그래서 복도 앞에 고미술이 나와 있는 풍경이 반가웠다.

돌아다니다 한 갤러리로 들어갔다. 실내 물품들도 언뜻 보면 어지럽게 쌓여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자세히 보면 제 나름의 규칙을 가지고 쌓여있었다. 네모난 물품이 쌓이면서 각기 가진 무늬가 교차하고 있었다. 꽃과 나비 무늬가 있는 종이, 나뭇결이 느껴지는 목재, 뱀 가죽 같은 무늬의 통들... 여러 가지 무늬가 만드는 풍경이 흥미로웠다. 그 풍경을 관찰하며 그려보다 여러 궁금증이 생겨 갤러리 사장님께 질문을 드렸다.

좋은 물품은 뭔가요? 하고 여쭤보니 일단, 연대가 오래될수록 대접을 받는다고 하셨다. 또 짜임새가 중요하다고 한다. 그 이외에 물품을 고르는 기준은 취향이라고 한다. 또 수집하는 걸 좋아하시는지 물어보니, 수집욕은 당연히 있고 자신들도 맘에 드는 물품은 조금 더 가까이 두고 보고 싶다고, 금방 팔지 않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하셨다. 살 때도 분명 사장님이 갖고 싶다고 생각하신 게 출발점이 되었겠지? 하고 미루어 짐작해 보았다. 사심 섞인 운영이라는 생각에 더 신뢰가 느껴지기도 했다.

무아레서점에 돌아와서는 참가자들과 함께 무엇을 관찰했는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참여자 1

첫 번째로 들어간 곳은 이 그림을 보고 들어간 거예요. 나무 조각을 액자 안에 표구를 해놔서 도대체 용도가 뭘까, 하고 사장님께 여쭤봤어요. 그랬더니 상여의 장식이 떨어진 것을 이렇게 표구해 놓으신 거라고 하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이 상여의 장식이 떨어져 나왔으면, 얘는 본래의 기능을 잃은 건데, 그것의 미감을 누가 알아보고 이렇게 해놓은 것 자체가 인상적이었어요. 사물의 부분도 엄청 소중하게 있구나, 그리고 그걸 제 작품으로 만들 수 있는 힘이 있구나, 하고요.

참여자 2

저는 간판을 보는 걸 좋아하는데, 가게마다 ‘미세요’, ‘당기세요’ 이걸 표시하는 문구가 다르잖아요, 거기에는 특이하게 새 그림이 또 위에 있더라고요. 작게요. 그래서 미술 상가라서 확실히 이런 걸 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귀여웠어요. 그리고 석상이 약간 웃고 있는데 저는 웃참하는 느낌이었어요. 묘하게 웃음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뭔가 손에 잡고 있는데 요즘 식으로 핸드폰을 잡은 느낌이 들어서 돌상이 귀엽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렸어요.

참여자 2

참여자 3

책 엄청나게 좋아하시는 할머니 사장님이셨는데 이게 수저거든요. 근데 되게 작은 거예요. 수저가 작고 되게 납작해요. 국물을 뜰 수 없을 정도로. 그리고 끝이 이가 나가 있는데, 여쭤봤더니 약 수저라고 하시더라고요. 우리 어렸을 때 가루약 탈 때 사용하던 것처럼 되게 작고 신기하고, 아 그때도 이렇게 타서 먹었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참여자 3

참여자 4

2층에 올라갔을 때 찾은 건데 사다리가 나무로 된 게 골동품인 것 같았어요. 근데 여기에다가 현대의 디스플레이를 하신 거예요. 화분들을 올려놔서 이 사다리를 화분 받침대 용도로 쓰시는 것 같더라고요. 그렇게 하면 더 예뻐 보여서 잘 팔리려나 이런 생각으로 해놓으신 것 같았어요. 여기 고구마 줄기도 있고, 아이비 이런 다양한 식물들이 있었는데 그게 좀 귀여워서 그려봤어요.

참여자 4

장안평고미술상가를 탐험하듯 돌아다니면서, 일상적으로 접하는 도시의 풍경과 다른 장면들을 많이 포착할 수 있었다. 고미술 물품, 그것들이 놓인 광경이 다른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그 장면들을 보고 각자의 시각으로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를 나누는 과정이 소중했다. 어떤 것을 ‘관찰’했는지를 나누는 과정이 흥미로웠는데, 왜냐하면, 우리는 일상에서 자신의 입장에 따라 너무 빠른 속도로 결론을 내리며, 납작한 판단을 하는 순간이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좋다, 나쁘다’, ‘잘한다, 못한다’, ‘예쁘다, 촌스럽다’ 등의 이분법적인 판단들. 그렇지만, 무언가를 관찰함으로써 대상을 판단하기보다는 대상이 지금 가지고 있는 그대로의 특성을 좀 더 잘 알아볼 수 있었다. 납작한 기준을 떠나 각자가 발견한 것들을 나누는 과정이 기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