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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에 관한 언어
문어, 리고 (무아레 서점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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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유령, 정예유령
첫 번째. [건축을 함께 이야기하는 경험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① 도시를 ‘걷기’로 감각하기, 이후
두 번째. 스핀오프 | 무아레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무아레 서점의 건축 관련 프로그램에 아무리 많이 참여했어도, 기획자의 마음은 엿보는 데 한계가 있다. 서점 지기인 문어와 리고는 <도시를 ‘걷기’로 감각하기>를 준비하면서 가이드북을 만들고, 어디를 답사해야 할지 정하며 과정을 시뮬레이션했을 테다. 그들은 어떤 마음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참여자들에게 어떤 순간을 만들어주고 싶었던 걸까? 또, 이번 프로그램은 같이 걷는 시간뿐만 아니라 서점으로 돌아와서 도시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도 꽤 길다. 그렇다면, 건축을 함께 이야기 하는 경험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참여자로 신나게 걷고 난 뒤 기획자인 무아레의 두 서점 지기에게 질문해 보았다.
<도시를 ‘걷기’로 감각하기> 프로그램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 물어보고 싶었어요. 장한평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같이 걷잖아요. 참여자들에게 어떤 순간을 만들어주고 싶었는지 궁금했어요.
지역을 좀 더 넓게 보게 해주고 싶었어요. 맨날 왔다 갔다 하는 곳 말고 우리 주변에 이런 장소들이 있다고 하면, 이 장한평 자체도 더 넓게 인식할 수 있으니까요.
넓게 본다고 한다면 조금 새롭게 보이기를 기대한 것 같아요.
그렇죠. 아무래도 조금 더 다양한 모습을 보는 게 좋으니까요.
저는요, 일단 걷는 걸 좋아해요. 장한평에서 무아레 서점을 예로 들면, 지하철 타고 장한평역에서 뿅 나오잖아요. 그리고 서점 왔다가 다시 지하철로 가면 뿅 사라지고. 사실 저는 그 풍경이 연결이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만약 군자에서 장한평, 그리고 답십리까지 걸어가 보면, 이 풍경들이 연결되면서, ‘이 지역이 어떤 위치에 있고’ ‘서로 어떤 구역을 나눠 가지고 있고’ 결국 ‘어떤 느낌들로 연결되는지’ 이런 게 다 보이죠. 그런 걸 경험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현대 도시의 장소들이 너무 스팟으로만 돼 있다는 거죠. 좋은 카페나 서점이 있으면 거기에만 있는 느낌이에요. 그게 사실 그 동네의 여러 가지 요소들이랑 연결돼 있는 네트워크 안에 있는 건데, 그걸 감각하기가 되게 어렵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프로그램 날, 장한평에 사시는 분들도 몇 분 오셨었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걸어본 적은 한 번도 없다고 하셨고, 우리 동네에 이런 게 있는지도 몰랐다고 하셨어요. 지나다니면서 한 번씩 봤을 풍경도 있었을 텐데, 몰랐던 부분까지 연결해서 하나의 큰 경험이자 이야기로 가져갈 수 있다는 게 좋은 점인 것 같습니다.
네트워크라는 말이 재밌는 것 같아요. 그러면 어떤 식으로 연결되기를 바란 거예요?
예를 들면, 저희가 도시의 역사, 그러니까 장한평의 역사도 많이 얘기하고 그랬잖아요. 별생각 없이 보면 저기 있는 중고차 시장이랑 여기 있는 댄스 스포츠 홀이랑 상관이 없어 보이지만, 제 생각에는 상관이 있는 것 같아요. 중고차 시장이 먼저 생기고 그 단지에 있는 종사자들을 위한 유흥가가 생기고, 그다음에 댄스 스포츠를 나이트클럽에서 추던 사람들이 명맥을 이어받아서 학원도 만들고, 이렇게 왔을 거 아니에요. 그런 것들이 장한평이라는 명맥으로 이어져 있다는 것을 알고 나면 훨씬 더 재밌지 않나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걸어 다니면서 기억에 남았던 순간 같은 게 있을까요? 참가자들의 어떤 모습이라던가, 아니면 개인적으로 느낀 장한평의 모습이라던가.
일단, 비가 오는 날인데도 다 오셨다는 거 자체가 인상적이었어요. 그리고 중고차 매매 상가 갔을 때 계단을 올라가면 위에 테라스가 뚫려있잖아요. 그 광경을 다들 좋아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오랫동안 머물면서 사진을 찍고, 바깥을 보고 그런 뒷모습이 생각나요. 약간의 칙칙함과 멋대로 기른 화초, 되는대로 갖다 놓은 소파나 벤치 사이를 걸으면서 바깥을 보는 장면이 비주얼적으로 기억에 남아요. 또 어떤 분이 어디서 나왔냐고 물어보셨나 봐요. 그래서 서점 손님께서 무아레에 대해 설명을 열심히 해주시는 거예요. 상기돼서 설명해 주는데 그 모습이 고맙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몇 번 와 보니까 이 공간에 대해서 자기가 정의하고 설명할 수 있게 됐구나라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그런 장면들이 기억에 남아요.


개구리? 왜냐하면 제가 물재생센터를 자주 가는데, 이런 여름에 비 오는 날 갈 일은 없었거든요. 그런데 개구리 오케스트라가 기억에 남아요.
냄새도 났던 것 같아요. 하수 처리 냄새.
당연히 냄새도 나죠. 그리고 사실 황량하고, 지나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잖아요. 그런 시설인데 개구리 오케스트라가 펼쳐진 게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완전 디스토피아. 근데 그걸 보겠다고 천가에 다들 쭈그리고 앉아서.

그걸 정예님이 찍으셨는데, 귀여워 보이긴 하더라고요. 조그맣게 모여 앉아서.
시간만 더 있었으면...
실체를 눈으로 봤을 텐데.
빨리 가야 돼서 갔지만, 너무 신비로운 순간이었습니다.
참가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흥미로웠던 예상 밖의 시선이나 말은 있었나요?
처연하다는 말이 있었어요. 낡고 오래된 것들이 처연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저는 중고차 시장이 곧 없어질 것 같거든요. 왜냐하면 장밋빛 미래의 조감도도 만들어지고, 사업계획도 세워지잖아요. 이제 50년 정도 됐으니까, 건물도 노후화가 많이 되고. 그래서 결국 자본주의적인 밝은 미래를 위해서 개발이 필요하다는 게 항상 나오는 의견들이니까. 아마 시간 지나면 언젠가 없어지겠죠. 여기는 곧 없어지겠구나, 이런 생각을 하는데, 없어지는 풍경이지만 그 안에서 우리 산업의 역군들은 열심히 활동하시고, 식당도 매일 여시고. 어떤 건축이든 삶이든 조명을 받으려면, 제 생각에는 시류에 맞아야 하거든요. 모든 오래된 것들이 다 가치 있다고 여겨지지 않잖아요. 그런데 중고차 시장은 그 가치나 시류에 못 들어가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너무 상업 단지고, 중고차라는 이미지도 있고. 그러니까 중고차라는 것에 낭만이 없는 거죠. 그 사람들이 쌓아온 전문성에 대한 존경 같은 것도 많이 없는 것 같고. 그래서 중고차 시장이 없어진 어느 날, 사라진 걸 아쉬워할 사람이 내부 인원 말고, 밖에서는 많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게 좀 아쉬운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무아레 프로그램처럼 이렇게 건축을 함께 이야기하는 경험은 어떤 변화를 만들 수 있을까요? 이런 장을 만드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제가 많이 떠올리는 건 언어가 필요하다는 거예요. 우리가 어떤 것에 대해서 의견을 내고 말을 나눌 수 있으려면 그것에 관한 언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가 생각했을 때 별로 좋지 않은 건축의 모습, 그리고 좋은 건축의 모습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누군가한테 “내가 이거 봤는데 이게 그러니까 아무튼 좋았어.” 이러면 전달이 안 되는 거고 그게 왜 좋은지, 안 좋은지에 관해 얘기할 수 있는 언어들을 찾아야 되죠. 책에 또 좋은 힌트들이 들어가 있어요. 공부를 열심히 하신 분들이 이것이 왜 좋은지, 나쁜지에 대한 언어를 많이 만들어 놨기 때문에 책보고 얘기하면서 그런 것에 대한 언어를 개발할 수 있다는 거죠. 그리고 그 언어가 있으면 사실 어디든 우리의 의견을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간, 도시, 건물에 대해 두 분께서 느끼시는 바가 있을 텐데, 공론장이 있다면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요?
저는 다양성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그냥 이게 큰 자본이 드니까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위험한 시도를 안 하게 돼서 다양성이 줄어드는 면이 있는 것 같고요. 특히 공간에 대해서는요. 예를 들면 도발적이고 실험적인 책은 만들 수 있지만, 그런 건물을 만드는 건 엄청 다른 문제잖아요. 그래서 그런 다양성이 사실 엄청 부족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우리가 집에 대해서 생각해 보면 선택지가 너무 적다는 생각이 들어요. 돈도 제한돼 있죠, 그 돈으로 살 수 있는 지역도 제한돼 있죠. 그 지역 안에서 고를 수 있는 집의 유형도 많아 봤자 다세대, 다가구, 아파트, 오피스텔 중에 골라서 어느 한 집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집이라는 게 아무리 집을 열심히 열 군데, 스무 군데 봐도 사실 비슷비슷하거든요. 그냥 하자 없는 곳을 최대한 골라서 선택을 하는 건데, 선택지가 너무 없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집뿐만이 아니라 상업 공간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대전에서 dit 운동하시는 스튜디오 우당탕탕의 의의 중의 하나는 이런 거죠. 카페 인테리어를 한다고 치면 몇 개의 스타일 중에 하나를 골라서 그걸 선택해 버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잖아요. 그걸 탈피하고자 사람들이 직접 손을 써서 진짜 뭘 만드는 거죠. 주인장이 자기가 구현하고 싶은 게 있으면 어설프게라도 만들어보고요. 개성 있고 다양성이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진다는 게 재미있게 들렸어요. 그래서 다양성을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이 거대한 자본의 흐름 안에서 어떻게 다양성을 보존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돼요.
저도 얘기하다 보니 약간 비슷한 맥락일 것 같아요. 저는 주거지에 관심이 많은 편인데 주거지가 새롭게 개발이 되면 다양성이 사라지고, 거의 몰개성화가 되잖아요. 그 편의성은 높아질 수 있는데 그 편의성이라고 하는 것도 엄청 그냥 한정적이거든요. 예를 들어, 새롭게 아파트 단지가 만들어지면 카페, 세탁소, 편의점, 이런 식으로 우리가 너무 상상할 수 있는 것들만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만약 다양성이 유지가 되고, 건축 주거 양식이나 동네의 모습이 많이 남아 있게 되면, 건물의 형태에 맞는 개성을 담는 상점이 생길 수도 있고, 그 공간을 이용해서 다른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생길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