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라이트된 부분을 눌러보세요
무아레라는 집을 마음에 지었는데
문어, 리고 (무아레 서점지기)
X
민정유령, 정예유령
첫 번째. [건축을 함께 이야기하는 경험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① 도시를 ‘걷기’로 감각하기, 이후
두 번째. 스핀오프 | 무아레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3년 전, 무아레는 ‘건축 큐레이션 전문 서점’이라고 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 나는 대학교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있었고, 그런 나에게는 매우 반가운 서점이었다. 무아레가 건축과 도시 관련 행사를 하나씩 열어가는 것을 보며, 그것도 처음에는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건축이라는 뾰족한 지점을 가진 만큼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비교적 높은 문턱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 또한 용기라고 생각하며 문어님에게 처음의 마음에 대해 질문했다. 리고님은 나중에 합류하셨는데 건축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이고 계신지 궁금해서 어떤 식으로 건축과의 접점을 만들어가고 계신지 질문했다. 두 서점 지기 모두 무아레라는 공간이 있고, 사람들은 그 공간으로 찾아온다. 서점 지기는 이 사람들을 맞이하는데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했다. 또, 지금 무아레에 빈번하게 드나들고 있지만, 지금의 사람들이, 그리고 나조차도 지금처럼 자주 보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안다. 마음에 대한 예방책으로 미래를 잠깐 엿보고 올까, 싶은 마음이 들어서 그들에게 무아레가 어떤 흔적으로 남을지 들어보고 싶었다.
무아레 운영자로서의 이야기를 묻고 싶어요. 처음에 시작할 때의 마음이 궁금했어요. 서점의 중심 소재가 건축인데 이렇게 선택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해요.
회사의 사정은 없었고요. 회사에서는 하지 말라고 했어요. 책을 팔아야 하는데 건축 책을 누가 사겠냐고요. 그런데 이 건물이 좀 특이하고, 예전에 다녔던 회사에서 건축이랑 연관이 있는 일을 했어요. 일단 건축에 관심은 있었어요. 그렇지만 저는 건축 전공자가 아니기 때문에 잘 모릅니다. 그렇지만 저는 잘 모르는 사람이 어떤 것에 대해서 말을 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해 항상 큰 분노를 가지고 있어요. 저는 건축 책이 재밌고, 또 좋아했거든요. 왜냐하면 건축이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해요. 건축이 도시 경관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고, 외관으로서뿐만 아니라 기능적으로도 건축물이 어떤 동네에 있는 것이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그 안에서 활동하는 사람들한테도 당연히 그렇고요. 그런데 상대적으로 사람들이 많이 관심이 없는 이유는, 제 생각에 우리가 별로 할 수 있는 역할이 없다고 생각해서인 것 같아요. 건축은 건축주나 건축가들이 할 수 있는 영역이고, 우리는 잘 지어진 건물을, 돈을 많이 벌어서 사는 것 말고는 영향을 미칠 방법이 없다, 그렇게 생각해서 사람들이 관심을 못 가지는 것 같아요. 그런데 관심을 가지면 사실 바뀔 수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사람들이 좋아하는 방향이 있으면, 그 방향으로 건축주나 건축가들도 움직일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려면 어떤 게 좋은 건축인지, 아니면 나는 무슨 건축이 좋은지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자리가 많아야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러면 사용자로서의 힘을 믿는 거네요.
그렇죠. 저는 어차피 사용자고 앞으로 관계자가 될 일도 없으니까, 마음이 편안하죠. 내부 관계자는 보통 그런 목소리가 잘 안 들리잖아요. 내부 관계자들이 별로 관심 없어 하는 목소리일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이제 힘을 모아서 다 같이 확성기를 대고 얘기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리고님은 나중에 합류하셨잖아요. 건축이라는 소재에 대해 어떤 느낌이세요?
좀 개인적으로 말하면 저는 건축보다 더 작게 ‘내가 살고 있는 공간’, ‘내가 꾸며야 하는 어떤 공간’에 관심이 많았어요. 친척 누군가가 가게를 오픈하는데, 네가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하면 이제 신나서 인테리어를 하러 돌아다니는 거죠. 그러니까 저한테는 그 건축의 의미가 엄청 협소했어요. 근데 여기 무아레 오면서 이것저것 경험을 해보고, 건축을 하는 사람들의 말도 들어보고, 책도 접해보면서, 제가 내재돼 있는 경험은 많은데 학문으로서 아니면 책으로서 다가가진 않았었다는 느낌이 되게 강했어요. 그래서 오히려 관심이 넓어졌다는 느낌이에요. 속초 동명동 성당이, 피란민들이 엄청나게 올라와서 일군 성당이에요. 그래서 채석해서 외벽 만들고 탱크의 철 뜯어서 지붕 만들고 이런 곳이라서, 문화재로 지정이 될까 말까, 얘기가 나왔었다고 해요. 근데 여기 뒤편에 엄청 높은 아파트가 많아서 그 아우라가 다 사라져 버리는 거예요. 우리는 일차적으로 이렇게 좋은 곳을 남겨둬야지, 왜 여기다가 이런 아파트를 지어서 망쳐놨을까 생각하죠. 하지만, 기업의 눈이나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시선으로 보면 언제까지 슬레이트 지붕과 낡은 집에서 살 수는 없잖아요. 그리고 또 오션 뷰니까 건축 회사들이 못 참죠. 이런 대립을 생각해 보면, 우리가 원한다고 다 쉽게 유지될 수 있는 게 아니구나, 라는 생각도 들고 굉장히 복잡했어요. 그런 생각들을 하는 게 또 건축의 역할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리고님처럼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근데 어디다가 얘기해야 될지도 모르고 사실 내가 얘기한다고 소용이 있겠나 싶어서 생각만 하는.
두 분은 아무래도 공간을 지키는 사람들이잖아요. 그래서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데 맞이할 때 어떤 마음가짐인지 궁금해요.
최대한 환대한 다음 눈치 보지 않게 한다, 인 것 같아요, 저는.
말하는 거라던지 행동하는 거라던지 말하는 걸까요?
말도 그렇고, 그냥 진입하는 것 자체에 눈치를 보는 분들이 계시거든요. 그러니까 이런 게 있어요. 예를 들어 온라인의 글들을 보면, 독립 서점에 가게 되면 사장님들이 예민해서 책을 볼 수가 없다, 책을 가서 꼭 사야 보낼 것 같다. 이런 부담감을 느낀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러니까 좀 편안해 보였으면 좋겠는데, 와서 편하게 얘기하고 말도 시키고, 책도 보고, 사면 더 좋고. 그 진입에 어려움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거죠.
저도 기본적으로는 다 비슷하고요. 제가 서점을 운영하는 마음, 그 기조는 항상 뚜렷합니다. 내가 가고 싶은 서점들처럼 하자, 인데 서점 지기의 취향을 너무 강요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는 서적 안에서 발견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스스로 발견하는 거. 스스로 책을 발견하고, 재밌는 점을 발견하고, 내가 좀 더 적극적으로 활동하면 재밌는 것들이 많은, 그런 서점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굳이 말 안 걸고요. 하지만, 추천해 달라거나, 도움을 요청하거나 하면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해주고.
근데 또 티가 나요. 책을 추천받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뭔가 바이브가 있어요. 뭔진 모르겠는데 대충 알 것 같은 그 느낌이 있습니다.
마지막 질문이네요. 지금까지는 무아레를 만드는 과정에 대해 여쭤봤다면, 마지막으로는 무아레가 남기는 것에 대해 여쭤보고 싶어요. 미래의 무아레와 헤어진다면 두 분에게 이 공간은 어떤 흔적으로 남을까요?
그런 걸 뭐라고 하죠? 탑이나 건물이 사라지고 나면 남는 것. 바닥 터? 그런 느낌일 것 같아요. 쌓아 올린 건 없어져도 근본의 터가 남아 있는 것처럼 저한테 계속 남아 있을 것 같은 느낌. 또 새로운 모양으로 쌓을 수 있을 것 같은. 아무래도 모양이 계속 바뀌겠죠.
어떤 모양을 말하는 걸까요?
저의 삶에서 무아레가 영원할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제가 무아레라는 집을 마음에 지었는데, 이게 없어지더라도 또 다른 모양으로 계속 지을 수 있는 기반이 돼 줄 것 같은 느낌. 좋은 경험.
저는 그런 거 좀 믿어요. 기억이 실재한다고 믿어요. 실제적인 힘이 있고, 기억은 실체다. 그리고 무아레는 저희 둘만의 기억이 아니고, 여기 왔다 갔다 했던 모든 사람의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이기 때문에 공간이 없다 해도 뿌듯할 것 같아요.